평온한 비원 네거리를 지나며 [이경자 칼럼]
평온한 비원 네거리를 지나며 [이경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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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 소설가
지난 4월 말의 어느 날, 좀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타고 서울 종로구 창덕궁 정류장에서 내렸다. 목적지는 경복궁역이지만 이곳에서 내리고 싶었다. 극단적 생각의 차이로 시위를 하던 곳, 이제 시위의 필요성이 사라진 뒤의 이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침이라서 그럴까? 비원 네거리는 정갈하게 느껴졌다.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비원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말고는 더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일상이라는, 말의 의미가 반가움을 넘어 경이롭게 떠올랐다. 12월3일, 한밤중의 난리. 밤잠이 이른 나는 아침에야 알게 됐던 계엄과 그것의 해제. 이후 4월4일까지 이 거리는 어땠었나.
주로 나가는 곳인 씨티캐피탈
인사동에, 나는 매번 목적지 정류장에 내리지 못하고 창덕궁 앞 등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 걷기만 하는 건 괜찮았다. 현대사옥 그 좁은 네거리 한쪽에 차량과 대형 확성기와 그로부터 울려 퍼지던 여러가지 험한 말들. 그 말들은 내게만 위협적으로 들렸을까? 드물게 지나가던 사람들은 앞뒤를 살피며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고 나도 그런 사람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날 신용불량자영세민전세자금대출
거리는 물로 씻어내기라도 한 듯이 정갈하고 평온했다. 우리는 대체로 정갈하고 평온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라며 한 말, ‘겁 한번 주려고?’ ‘겨우 두시간짜리’라고 우긴 그 일 이후, 나는 서울서부지법이 파괴되는 걸 영상으로 보고 극단적인 공포를 경험했다. 말로만 듣던 ‘해방정국’의 혼란과 파괴가 저런 것이었을까? 국민으로서 국가라는 것에 의지할폰
것이 하나도 남겨지지 않은 절체절명의 공포감!
우리나라는 이렇게 망하는가? 나라가 망하겠다는 기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사건에 대해, 수감된 대통령이 한 말, 자신을 위해 수감되어 있는 청년들에게 마음 아프고 미안하다고 그랬던가? 계엄을 한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극단적인 이기심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을 이끌새마을금고 인재상
어나갈 대통령이기나 했을까? 그의 뇌리와 가슴에 대한민국과 국민이 존재할까? 그에게 국민은 자신의 배우자와 경호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뿐인가? 정치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아주 큰 일 중의 하나일 터.
그 겨울 한철, 한달에 한두번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좌석은 반도 채우지 않기가 보통이었다. 중간에 들원금만기일시상환
르는 홍천 휴게소. 이토록 텅 빈 휴게소는 처음 보았다. 모두들 풀이 죽어 보였다. 휴게소의 문을 열지 않는 음식 가게 앞으로 생기를 잃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다녔다. 고향 양양의 명물 음식점, 단양면옥의 후배는 텅 빈 가게에서 ‘언니, 망할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 70년이 넘은 가게에서 지금처럼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아이엠에프, 코로나 미소금융재단 채용
때도 이렇지는 않았단다.
강북의 소시민이 사는 아파트 단지. 문을 닫은 가게 앞을 지날 때면 화가 났다. 다니던 직장에서 이르게 퇴직한 젊은 사람이 차렸을지 모르는 가게.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가 누군지 몰라도 짊어질 절망감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문을 닫은 상점들은 도처에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삶에 대해 누주식매각
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 장을 보는 것이 두려운 소시민들. 정말 나라가 망할까? 나라가 망할 것에 대한 신경증적 강박감에 시달리는 국민들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헐거워지는 권력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 그 권력자를 뽑겠다고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들여 선거를 했다.
그날 인사동 네거리를 지학자금대출 저금리 전환 2차
나 경복궁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잘 정돈된 거리를 보았다. 아, 몹시 추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던 날에도 저기 땅바닥에 앉아 국민주권의 회복과 나라 살리기를 간절히 애원했던, 서로 알지 못하는 오직 대한민국 주권자인 사람, 사람들!!! 저 앞에 늘어섰던 천막들. 단식하던 시인이 응급차에 실려 갈까 두려워하던 날들,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동업자들을 그곳에서 모델 한지우
만나면 눈물 나게 반갑던 날들. 가슴이 뭉클해졌다. 일상이라는 건 이렇게 심장의 피돌기처럼 숨 쉬는 것일 터. 늘 자주 가던 그 거리가 눈물 나게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마치 전선에서 돌아온 자식처럼. 한복을 떨쳐입고 흥겨움으로 거리를 걷는 외국인들, 반갑고 고마웠다. 단정하고 짐짓 고즈넉하게도 바라보이던 헌법재판소 골목길, 북촌과 인사동과 송현동, cma고금리
멀리 바라보이는 북악산 그 아래의 경복궁, 그 뒤에 있을 청와대까지. 이것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권력도 국민의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잘못하면 그에게 권력을 사용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한 그것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영원한 것이니까. 국민은 이 땅에서 자손만대 자자손손 잘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국민이 주권을 써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개인적 취향을 실천하는 일로 나랏돈을 쓰고 국민에게 거짓말하면 되겠는가.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 선거’다. 그에게 주어진 권한과 그 권한을 행사하는 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실천인 권력남용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밥상은 물론 의식주를, 그 의식주의 내용과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을 뽑는 일은 바로 내가 내 삶을 결정하는 일이다.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절대로 감정이 아니고 취향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이름하길, 촛불 혁명이니 불꽃 혁명이니 하는 일로 대통령을 다시 뽑을 필요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눈물겨운 희망 하나다.
그동안 산업 강국에서 문화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 대한민국. 문화 전반의 탁월한 인재들 덕에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월감이며 자존감이 훌쩍훌쩍 커졌다. 주눅 들지 않는다. 훌륭한 외교로 한반도를 지정학적 약체로 만들지 말고 그 조건을 지혜롭게 쓸 수 있는 능력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이제 열한 밤만 자면 대통령을 뽑으러 투표소로 나갈 것이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 개개인의 존엄을 지켜내는 일이니까. 바라건대 다시는 추운 길바닥에 주저앉아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안 생기길!!!